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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아는 사람도 친인척도 없는 가운데 대구와 제주 반반살이로 이어지면서 자칫 무료할뻔한 시간을 묘한 서재라는 독서모임을 갖기 시작하면서 제주 생활에 작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꿀독서대회가 불러온 독서모임
제주에 오면서 제주에 아는 이라고는 예전에 다음 블로그를 하고 있었을 때 알았던 박선정작가님 뿐이었다. 온라인 속의 인연이었기에 잘 안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나는 그냥 제주에 아는 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었다. 그러던 중 인스타그램에서 서로 팔로우를 하고 있던 A의 제안으로 꿀독서대회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참고로 A는 몇 년 전에 제주로 이주해 왔다. 그곳에서 한 시간 동안 핸드폰을 보지 않고 오로지 책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그 계기가 어떻게 보면 독서모임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던 것 같다. 사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집중력이 떨어졌고 책을 한 권 다 읽는 것이 힘들어졌었다. 조금만 읽어도 책을 내려놓게 되고 사진이나 그림이 많고 글자가 많지 않은 책들을 고르게 되었느냐는 데 그 독서대회가 나를 변화시켰다. 그날 한 시간 동안 읽은 책의 내용 중 독서대회에 왔던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각자 짧게 발표했고 그때 거기 참석하신 분이 나와 같은 생각을 말하셨다. 이제 좀 더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이후 A가 다른 분과 함께 독서모임을 갖자는 제안을 했고 생각할 이유가 없으니 좋다고 했다. 우선은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만남이고 쉬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아도 되는 유익한 시간일 것이니 생각만으로도 좋았다. 그렇게 우리의 모임은 시작되었고 매달 그 시간을 기다리는 즐거움은 덤이었다.
묘한 서재
우리의 독서모임의 이름은 묘한 서재. 우리 세 사람은 모두 제주로 이주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나는 이주는 아니고 반반살이지만. 한 달에 한번 독서모임을 갖기로 했다. 본인이 읽은 책을 모임날 가지고 와서 소개하면서 괜찮았던 부분에 대해 다른 두 사람에게 공유하는 방법이었는데 한 번은 세 사람이 모두 가지고 있던 책으로 했다. 같은 책을 읽으면서 서로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도 궁금했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던 책은 김영희작가의 가끔은 숲 속에 숨고 싶을 때가 있다는 책이었고 김영희작가는 A의 절친이기도 했다. 이런 잔잔하게 흐르는 시간이 좋았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아서 좋았고 결이 비슷한 사람끼리의 공통적인 주제들이 많아서 좋았다. 독서 모임을 하면서 가끔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좋은 것들을 공유하기도 하는 시간이 제주에 던져진 것 같았던 나의 생활에 작은 기쁨이기도 했다. 독서 모임으로 인해서 제주의 책방투어도 생각하게 되었고 책방지기들의 개성이 묻어 나있는 독립서점들을 시간 나는 대로 다니는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어떤 날은 영화를 논하고 어떤 날은 음식을 어떤 날은 지나간 청춘을 논하기도 하고 비록 한 달에 한 번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날의 기쁨은 잠시의 기쁨이 아니라 자주 꺼내지는 행복이 되었다. 벌써부터 제주를 떠나면 그들과의 시간이 그리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에는 한 명이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A와 벌써 세 번씩이나 독서 모임을 같이 한 춘천에서 내려온 친구와 셋이 한 가지씩 요리를 해서 푸짐한 한상과 함께 여름 뜨개 목걸이를 뜨는 시간을 가졌었다. 책 읽지 않는 시간도 있는 독서모임이라니 참 재밌네. 한 번은 김영희 작가님과 A가 고사리를 꺾으러 간다길래 다녀와서 삼겹살파티 한번 하자고 했더니 모두 좋아했다. 갑작스러운 포트럭파티가 되어버렸다. 맛있는 제주 오겹살과 함께 고사리와 김치를 함께 올려서 구워 먹는 맛이란 말해 무엇하리. 그날은 달도 이쁘더라. 삼겹살 파티를 마치고 김영희 작가님과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와 두 번째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한 때는 나도 거창하지 않은 내 여행기록을 사진과 함께 짧게 남겨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책 한 권이 나올 때까지의 고통을 이겨 낼 자신이 없었다. 그냥 내가 가지고 싶은 내 소장용 책이라고 해도 말이다.
온라인 글쓰기 클래스
출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온라인클래스에 나만의 책 만들기와 브런치 작가되기 등등 이런 종류의 클래스가 많이 개설되어 있던데 관심이 있던 나도 클래스를 결제하고 수강했다. 책이 한 권 출간되기까지의 내가 해야 될 일들이 어떤 게 있는지를 알려주고 혼자일 때보다는 그곳의 강사나 팀원들의 조언들이 같은 뜻을 가진 모두에게 최고의 조언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적응을 못했다. 생각보다 너무 복잡하게 느껴져서 지금처럼 그냥 일기나 쓰자고 급 진로를 바꾸었다. 이렇게라도 일기를 남기는 일이 계속되다 보면 나도 언젠가 좀 더 나은 문장력을 갖게 되겠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클래스를 들으면서 책을 출간하는 것을 보면 이제 내 책을 한 권쯤 갖고 싶다는 게 막연함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나 같은 고 연령대는 소위 SNS를 활용하는 것에 취약한 편이다 보니 같은 공간에서도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못하고 그냥 소외된 층으로 남아있게 되는 게 문제였다. 한 공간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보니 한 마디씩만 해도 다 읽어낼 수가 없고 잠시만 들여다보지 않으면 숙제처럼 밀려있게 되는 소통의 공간이다 보니 절레절레 고개가 저절로 흔들어졌다. 그래. 그냥 지금처럼 나의 이 공간에 일기처럼 나의 이야기를 남기자. 그러다가 정말 어느 날 욕심이 생기면 그때는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금도 못하는데 그땐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다만 꾸준하게 나의 일기는 써 나갈 것이니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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