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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제주 수풍석 뮤지엄

메리제이 2023. 5. 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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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주 보름살이를 왔을 때 15박 16일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휴식으로만 보내기로 했다. 첫날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만 결정해서 호텔을 정하고 나머지는 그냥 그때그때 자유로운 영혼으로 다녀보자고 동생과 의견을 맞췄다. 그러나 유일하게 꼭 가보고 싶어서 사전예약을 한 곳이 바로 수풍석 뮤지엄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수풍석 뮤지엄

수풍석 뮤지엄은 특이하게 생활거주 단지 안에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고 전혀 이질감이 드는 건 아닌 게 22만 평이라는 대지 위에 주택단지와 수풍석 뮤지엄이 같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곳을 제대로 알려면 절대 혼자서 감상하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곳이 주는 메시지를 알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시스템일 수밖에 없구나 생각했다. 수풍석 뮤지엄을 디자인한 사람은 세계적인 건축가로 제주의 포도호텔을 설계한 이타미준이다. 뮤지엄은 수(물) 풍(바람) 석(돌)이라는 세 가지의 제주 테마를 이용해서 디자인이 되었는데 이곳에서 건축가가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에 다시 한번 놀랐다. 세월이 흐르면서 건축물이 낡았을 때 나오는 색까지 읽어 내면서 디자인했다는 게 믿기 힘들었고 이래서 평범함을 뛰어넘는 건축물이 나오는 건가 싶었다. 수풍석 뮤지엄에서 머무는 길지 않았던 시간이 그토록 오래도록 여운에 남은 것은 자연과 더불어 같이 숨 쉬는 건축물이 주는 아름다움을 읽었기 때문이다. 홈페이지를 통해서 예약을 해야 되는데 생각보다 예약이 많으니 원하는 날 가려면 좀 여유 있게 하는 걸 권한다.

 

 

 

수, 풍, 석 이야기

석 뮤지엄: 운이 좋았다. 뮤지엄을 관람하는데 운이 좋아야 되냐고? 이곳의 건축물들은 자연을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어느 계절의 어느 시간에 뮤지엄에 들어섰냐에 따라서 태양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가 건축물 안에서 보이는 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석 뮤지엄에서 건축물과 태양이 만들어 낸 완벽한 하트를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저 완벽한 하트를 꿈꾸면서 이곳을 예약했는지도 모른다. 석 뮤지엄의 건축물은 세월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부식되었고 그것까지 계산해서 만들어졌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시간에 따라 들어오는 빛의 세기나 태양의 위치가 만들어 내는 그림이 달라진다니 비록 완벽한 하트를 못 본다고 하더라도 이곳은 경이롭다. 솔직하게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면 이곳이 이렇게까지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곳인데 작가의 의도를 알고 나니 역시 아는 만큼 보였다. 사계의 변화에 따라 밖의 풍경이 달라지는 것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곳이니 비록 이곳에 왔을 때 완벽한 하트를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계절 그 시간에 만나는 그곳을 사랑해 주시길 바란다. 풍 뮤지엄모든 것은 그냥 완성 되는 게 아니고 이곳은 철저하게 자연과의 합을 중요시 한 곳이다. 적송을 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배치해서 만든 곳인데 이곳도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바람이 어느 정도 부는 날이라면 적송 사이사이로 빠져나오는 바람의 세기를 느낄 수 있고 그날의 날씨에 따라 느껴짐이 다를 것이니 이 또한 자연의 흐름에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또한 햇볕이 들어오는 시간에 따라 적송의 그림자가 그려주는 그림도 달라지니 흥미로운 곳이다. 수 뮤지엄:원형의 뮤지엄 안으로 들어서면 윗 공간이 뚫려 있어서 하늘이 물에 반영이 되는데 하늘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반영된 그림이 달라지니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수풍석 뮤지엄이다. 물의 반영을 이용해서 사진을 찍으면 이곳이 어디일까 하는 의문과 더불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곳이다. 앞의 두 곳과 더불어 어느 곳 한 군데가 예사롭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제주를 떠나기 전 사계절의 수풍석 뮤지엄을 다 느껴보고 싶다.

 

 

 

 

이타미준

'그 땅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 어느 곳에서 밝힌 이타미준의 생각에 나는 동감했다. 수풍석 뮤지엄이 바로 그 모든 것을 생각해야 나오는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되었으니까. 재일 한국인 건축가로 74세에 일본에서 사망하셨지만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유동룡이라는 본명을 가지고 계셨다. 프랑스와 일본 한국에서의 수상 경력으로 명성을 높였으며 이타미준이 디자인한 건축물이 제주에는 수풍석 뮤지엄 외에 포도호텔과 방주교회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건축물을 보는 여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나도 수풍석 뮤지엄과 방주교화 그리고 포도호텔까지 이타미준을 따라다녔으니까. 비슷한 듯 다르지만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자연을 넣은 건축물이라고 하고 싶다. 물론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매력적이지만 그곳에 물이나 바람 계절의 변화까지 생각해서 넣은 것이라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과는 다른 멋스러움이 묻어나게 될 테니까.